2025년 4월 7일.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이 개막한 지 약 열흘, 리그 전체가 아직 불안정한 초반 기류 속에 놓여 있는 가운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외야수 이정후는 점점 자신의 타격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처음부터 폭발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니다. 개막 3연전에서는 침묵했고, 시즌 초 타율은 한때 2할 초반대까지 떨어졌었다. 그러나 지난 일주일 사이, 이정후는 완전히 다른 얼굴로 그라운드에 서고 있다.
최근 5경기에서 타율 .364, 8득점, 4타점, 2도루, OPS 1.000 이상.
단순한 컨디션 회복이라기보다는, 이정후가 스스로 리그 투수들의 패턴을 읽고, 대응을 조정한 결과라는 점에서 더 주목할 만하다. 그는 초반 부진에도 흔들리지 않았고, 매 타석마다의 선택과 반응을 통해 리듬을 회복해냈다. 그리고 그 회복의 끝에, 지금은 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타자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시즌 누적 성적 (2025년 4월 7일 기준)
항목
|
수치
|
타율
|
.344
|
타수
|
32
|
안타
|
11
|
홈런
|
0
|
타점
|
3
|
득점
|
10
|
도루
|
3
|
사사구
|
6
|
삼진
|
3
|
출루율
|
.400
|
장타율
|
.531
|
OPS
|
.931
|
개막 직후 3경기까지 안타는 단 1개. 타율 1할 후반에서 출발했던 이정후는 이후 5경기에서 8안타를 몰아치며, 누적 성적을 단숨에 리그 상위권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더욱 인상적인 건, 이 모든 성적을 홈런 없이 달성했다는 점이다. 홈런 중심의 현대 야구에서, 장타율 .531, OPS .931을 ‘정교한 컨택과 출루’만으로 만들어낸 사례는 매우 드물다.
최근 5경기: 몰아치기의 시작
날짜
|
타율
|
타수
|
안타
|
득점
|
타점
|
도루
|
볼넷
|
삼진
|
04.07
|
.500
|
4
|
2
|
2
|
1
|
0
|
0
|
0
|
04.06
|
.750
|
4
|
3
|
3
|
2
|
1
|
2
|
1
|
04.05
|
.167
|
6
|
1
|
1
|
1
|
1
|
1
|
1
|
04.02
|
.250
|
4
|
1
|
1
|
0
|
0
|
0
|
0
|
04.01
|
.250
|
4
|
1
|
1
|
0
|
0
|
2
|
0
|
- 총합: 22타수 8안타(무안타 경기 없음), 타율 .364
- 8득점 4타점, 2도루, 5볼넷, 2삼진
4월 6일 시애틀전은 상징적인 경기였다. 3번 타자로 출전해 4타수 3안타 2타점, 1도루, 2볼넷. 멀티히트와 멀티출루, 주루 생산성까지 한 경기 안에 모두 담긴 ‘기술 중심 타자’의 전형이었다. 이어 4월 7일 경기에서도 2안타 1타점을 추가하며, 이틀 연속 멀티히트 경기를 완성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정후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몰아치기를 한다는 점이다. 이는 공을 끌어당기거나 무리한 스윙으로 힘을 쥐어짜는 방식이 아니다. 스트라이크 존 경계에서의 선구안과, 타이밍을 세밀하게 조절한 반응형 타격이 근간이다.

기술 중심 타격, 힘보다는 부드러움
이정후의 스타일은 메이저리그의 일반적인 타격 흐름과 다르다. 홈런이 줄 수 있는 폭발적 기대값을 버리고, 높은 확률로 루상에 나가는 것 자체를 전술화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주루로 진루를 늘리고, 다음 타자에게 좋은 상황을 넘겨주는 이정후의 플레이는 야구의 기본기가 메이저리그에서 얼마나 과소평가되고 있었는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그는 삼진을 거의 당하지 않는다. 시즌 삼진은 단 3개. 오히려 볼넷과 사구가 6개로 더 많다. 이 점은 단순히 볼을 잘 고르는 선구안을 넘어, 스윙 자체의 완성도와 컨택 범위의 넓이를 시사한다.
샌프란시스코의 ‘리드오프 모델’이 MLB 전체에 주는 질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이정후를 1번 타순에 고정시키며, 전통적인 리드오프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 이정후는 단순한 출루형 타자를 넘어, 타순 선도자이자 공격 템포를 설계하는 중심축이다. 그가 주자가 될 때 팀의 공격력이 한층 상승한다는 건, 최근 몇 경기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메이저리그 대부분의 팀이 파워 중심의 타선 설계를 고수하는 가운데, 이정후의 존재는 반문을 던진다. "가장 생산적인 타자는 꼭 가장 세게, 멀리 치는 타자여야 하는가?"
메이저리그에서 보는 한국의 이정후
홈런 한 방 없는 OPS 0.930대. 삼진보다 많은 볼넷. 매 타석마다 점수를 설계하는 리드오프. 이정후는 지금까지 메이저리그가 이상적으로 상정해온 ‘타자’라는 모델의 경계를 완전히 확장하고 있다.
현대 메이저리그는 지난 10년간 "강한 타구, 높은 장타율, 허용 가능한 삼진"이라는 흐름에 길들어 있었다. 타자는 더 멀리 보내는 능력으로 평가되었고, 출루율이나 정확성은 종속적인 지표로 취급됐다. 하지만 이정후는 그 패러다임을 거스른다. 그리고 단순히 생존하는 수준이 아니라, 리그 상위권 OPS를 기록하며 성과로 반박하고 있다.
이정후는 타자의 중심 역할이 단순히 ‘멀리 때리는 것’이 아니라, 공격의 흐름을 설계하고 기회를 창출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그의 타격은 일회성 결과가 아니라 공간, 시간, 선택의 축적이다. 삼진을 줄이고, 출루를 극대화하며, 주루로 점수를 만들어내는 이정후의 전술은 팀 공격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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