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2025 프로야구 최단 기간 100만 관중 돌파, 의미와 그 이면

by skpygs 2025. 4. 7.
728x90
728x90

2025년 KBO리그가 개막 10일 만에 100만 관중을 돌파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4월 7일 기준으로 총 60경기에서 누적 관중 105만9380명을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관중은 1만7656명. 이는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빠른 100만 돌파 기록이며, 지난해 1000만 관중을 처음 넘겼던 시즌보다도 무려 10경기 빠른 페이스다.

물론 시즌 초반의 반짝 흥행은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흥행은 단순한 기대감이나 일시적 열기가 아니다. 경기력과 연출, 서사와 소비가 모두 맞물린 구조적인 반응에 가깝다. 팬들이 야구장을 찾는 이유가 점점 다양해지고, 그 경험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2025년 KBO리그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LG는 연승으로, 삼성은 홈런으로, 한화는 구장으로 팬을 끌어당긴다

흥행의 중심에는 각 팀들이 만들어낸 서사가 있다. 단순히 승률이 좋아서가 아니라, 팬들이 공감하고 기대할 수 있는 이야기 구조가 시즌 초반부터 명확하게 잡히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전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는 개막 이후 7연승을 포함해 10승 1패(승률 0.909)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홈 경기 7연속 매진은 서울 잠실이라는 대형 구장의 상징성과 맞물리며 ‘무조건 보러 가야 하는 팀’으로 팬들에게 각인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는 조금 다르다. 팀 홈런 18개, 리그 1위. 시원한 장타력을 앞세운 공격야구는 대구 팬들의 기대 심리를 자극했고, 홈 5경기 매진, 총 관중 18만5699명, 평균 2만3212명을 불러모았다. ‘예전 삼성 야구의 부활’이라는 집단 기억이 현재형으로 재생산되는 현장이다.

 

성적은 하위권이지만, 가장 극적인 흥행 사례는 한화 이글스다. 새로 개장한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는 관중석 1만7000석 규모인데, 홈 5경기 중 3경기를 매진시켰고 나머지 2경기도 매진에 가까웠다. 신축 구장이 가진 물리적 쾌적함과 심리적 신선함이 결합된 대표 사례다. 팬들이 ‘무조건 이기지 않아도, 경기장을 찾을 이유’를 갖게 된 것이다.


야구는 이제 다시 콘텐츠다 – 크보빵, 티빙, 그리고 SOOP

이번 흥행은 야구장 안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야구는 이제 다시 콘텐츠가 되기 시작했고, 그 콘텐츠는 유통·플랫폼·브랜드 협업의 형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가장 화제가 된 건 SPC삼립의 ‘크보빵’이다. KBO와의 협업으로 지난 3월 말 출시된 이 제품은 단 3일 만에 100만 개가 팔렸다. 이는 2022년 포켓몬빵의 초반 판매량을 가볍게 넘어서는 기록이었다. 야구 팬덤이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브랜드 연동의 적극적 참여자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CJ E&M의 티빙(TVING)도 수혜를 입었다. 개막과 함께 월간 이용자 수(MAU)가 680만 명에서 700만 명으로 뛰었고, 중계 콘텐츠를 매개로 광고 수익과 콘텐츠 파생 수요가 확장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티빙은 단순히 프로야구를 틀어주는 플랫폼이 아니라, 야구를 ‘보고 싶은 장면’으로 구성하는 연출자로 기능하고 있다. 또한, KBO의 글로벌 중계를 맡고 있는 SOOP도 이번 시즌 상승세의 간접 수혜를 받고 있다. 야구는 이제 국내용 스포츠가 아니라,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또 하나의 한류 상품으로 진입 중이다.

 

그러나, 변수는 분명히 존재한다

모든 흥행이 그러하듯, 지금의 흐름도 몇 가지 핵심 변수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구장 안전 문제다. 지난 3월 말, 창원 NC파크에서 벌어진 관중 사망 사고는 리그 전체에 충격을 안겼다. 전 구장이 일제히 안전 점검에 나섰지만, 팬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수만 명이 모이는 스포츠 현장에서 신뢰는 단 한 번의 사고로도 무너질 수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하위권 인기 구단들의 향방이다. 한화, 롯데, KIA는 모두 충성도 높은 팬층을 가진 팀이지만, 현재 순위는 각각 10위, 7위, 9위에 머물고 있다. 시즌 중반까지 가을야구 경쟁에서 이탈하게 된다면, 관중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이 세 팀은 막판까지 중위권 싸움을 이어갔기에 흥미가 유지됐지만, 올해도 그 서사가 반복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야구는 돌아왔다. 이제는 ‘남기는 방식’이 중요하다

2025년 KBO리그는 회복이 아닌 성장의 국면에 들어섰다. 팬은 돌아왔고, 브랜드는 붙었고, 플랫폼은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이 흐름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이제 ‘어떻게 남길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

야구장의 감동이 일회성이 되지 않기 위해, 구단은 이기는 팀이 아니라 기억나는 팀이 되어야 하고, KBO는 시청률이 아니라 경험률을 관리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단기적인 숫자 경쟁이 아니라, 경쟁력을 설계하는 구조화다.

야구는 돌아왔다.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