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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랄랄레오 트랄랄라, 퉁퉁퉁퉁퉁퉁퉁퉁퉁 사후르, Italian Brainrot이 도대체 뭐길래?

by skpygs 2025.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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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alian Brainrot 밈은 왜 이렇게 퍼져나갔을까?

요즘 숏폼 콘텐츠 플랫폼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됐는지도 모를 기괴한 영상들을 마주치게 된다. 화면에는 AI가 그린 낯선 동물 캐릭터들이 전혀 상확없는 물건과 함께 합쳐져 등장하고, 그들이 ‘트랄랄레로 트랄랄라!’ 같은 알 수 없는 이름을 외치며 움직인다. 배경엔 오페라풍의 음악이 흐르고, 이탈리아어 억양의 음성이 장중한 어조로 황당한 설명을 낭독한다. 설명은 진지하지만, 그 진지함이 너무 지나쳐 오히려 웃기다. 이런 영상들을 사람들은 ‘브레인로트’라고 부른다. ‘뇌가 썩는 것 같다’는 말이다.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유형이 바로 ‘이탈리안 브레인로트’다.


브레인로트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Italian Brainrot 밈은 사실 단순한 농담이나 이미지 짤을 넘어서 하나의 콘텐츠 포맷처럼 작동하고 있다. 이 밈은 AI 이미지 생성기를 통해 기괴한 조합의 캐릭터를 만든 뒤, 그들에게 이탈리아어처럼 보이는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이 캐릭터의 능력, 배경 설정, 취미 등을 마치 진짜 전설적인 인물처럼 설명하는데, 그 목소리는 CapCut에서 제공하는 이탈리아 억양 TTS다. 여기에 오페라풍의 과장된 배경음악이 깔리면, 웃기다 못해 뇌가 마비되는 수준의 콘텐츠가 완성된다.

 

이 포맷은 정형화되어 있지만 동시에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하다. Midjourney나 DALL·E 같은 AI 툴로 이미지를 만들고, 무료 음성 앱으로 TTS를 입힌 후, 숏폼 영상으로 구성하면 된다. 캐릭터의 설정은 복잡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말도 안 되는 조합과 터무니없는 서사일수록 효과적이다. 그래서 누가 만들어도 이탈리안 브레인로트는 만들어진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그걸 진지하게 소비한다. 이질적인 감각의 충돌이 웃음을 만드는 것이다.


의미 없는 설정의 과잉, 그 자체로 유머가 된다

이 밈의 중심에는 캐릭터들이 있다. 그런데 그들은 단순한 동물이나 사물이 아니다. 동물과 사물, 음식, 가구, 스포츠 용품 등이 뒤섞이고, 머리와 팔, 다리가 엉뚱하게 조합된 괴물 같은 존재가 된다. 이름도 전혀 의미 없는 이탈리아어 비슷한 조어들이다. 예를 들어 ‘트랄랄레로 트랄랄라(Tralalero Tralala)’는 세 개의 다리를 가진 상어 캐릭터다. 그는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해변을 달리는 것이 특징이다. 또 ‘봄바르디로 크로코딜로(Bombardiro Crocodillo)’는 악어와 폭격기를 합성한 존재로, 공중에서 폭탄을 떨어뜨리며 싸운다./\

 

‘리릴리 라릴라(Lirilì Larilà)’는 선인장 몸체에 코끼리 머리를 지닌 캐릭터로, 시간을 멈출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심판지니 바나니니(Schimpanzini Bananini)’는 바나나 껍질 안에 침팬지가 들어 있는 모습이다. ‘타타타타타 사후르(Ta Ta Ta Sahur)’는 울상인 주전자 얼굴에 다리와 팔이 달려 있는 기괴한 존재다. 이처럼 이름부터 설정까지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그걸 장엄한 음악과 진지한 톤으로 소개하니 오히려 진짜처럼 느껴지고, 그 진지함이 지나쳐 결국 웃음을 유발한다.


퉁퉁퉁 사후르, 그리고 이탈리아 밖의 브레인로트

그런데 이탈리안 브레인로트 밈 안에는 이탈리아와 전혀 상관없는 캐릭터도 등장한다. 대표적인 예가 ‘퉁퉁퉁 사후르(Tung Tung Tung Sahur)’다. 이 캐릭터는 야구 방망이를 들고 있는 나무조각처럼 생긴 존재로, 대부분의 브레인로트 배틀 영상에서 최강으로 묘사된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캐릭터는 인도네시아에서 시작되었으며, ‘사후르(Sahur)’는 라마단 기간 중 이른 새벽에 금식을 시작하기 전에 먹는 식사를 의미한다. 사운드 역시 이슬람 문화권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리듬으로 구성돼 있어, 이 캐릭터는 이탈리아 브레인로트 세계관 속에서도 이질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그런 이질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밈의 세계에선 어차피 ‘설득력’이라는 건 중요하지 않다. 이탈리아어처럼 들리는 이상한 이름, 그리고 기괴한 이미지와 감정 과잉의 내레이션만 지켜진다면, 어떤 배경이든 흡수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캐릭터들이 인도네시아, 브라질, 필리핀 등 다양한 문화권에서 만들어지고, 이탈리아풍 이름만 입혀지면 그 세계관에 자연스럽게 편입된다.


왜 하필 이탈리아인가? 한국은 안 되는가?

이쯤 되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왜 하필 이탈리아인가? 왜 그 많은 언어와 문화 중에 이탈리아어처럼 들리는 말들이 이토록 인터넷 밈에 잘 붙는가? 어쩌면 이건 이탈리아라는 나라가 갖고 있는 오랜 문화적 힘을 보여주는 장면일지도 모른다.

 

이탈리아는 세계적으로 음식, 음악, 예술, 패션, 건축, 종교 등에서 이미 확고한 문화적 인지도를 갖고 있다. 피자, 파스타, 콜로세움, 바티칸, 오페라, 손가락 제스처만 떠올려도 하나의 '느낌'이 완성된다. 그 느낌이 바로 이 밈의 핵심이다. 사람들은 ‘이탈리아 같다’는 감각만으로 캐릭터에 의미를 부여하고, 거기에 웃음을 얹는다.

반대로, 만약 누군가가 '김치펭귄', '삼계탕도롱뇽' 같은 한국식 브레인로트를 만든다고 해도, 그게 글로벌 숏폼 시장에서 먹히긴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단순히 콘셉트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아직 한국 문화가 그런 식의 ‘전형화된 이미지’를 전 세계적으로 공유받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Italian Brainrot의 유행은 이탈리아 문화가 얼마나 글로벌한 상징성을 갖고 있는지를 거꾸로 증명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결론 – 이 모든 건 트랄랄레로 트랄랄라 때문이다

Italian Brainrot는 어떤 의미에선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민속극이다. 창작자들은 기괴한 조합과 의미 없는 이름을 만들어내고, 소비자들은 그것을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며 받아들인다. 말도 안 되는 설정을 진지하게 설명할수록 더 웃기고, 설명이 길어질수록 그 뇌절은 매혹적이 된다. 그 안에는 AI 기술, 숏폼 영상 문법, 그리고 현대인의 피로와 냉소까지 고스란히 녹아 있다.

트랄랄레로 트랄랄라는 왜 달리는가? 퉁퉁퉁 사후르는 왜 최강으로 묘사되는가? 그런 질문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이 기괴하고 무의미한 세계가 지금 우리의 뇌를 붙잡고 있고, 우리는 그 안에서 묘한 해방감과 중독을 동시에 느낀다는 점이다.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웃기고, 의미가 없기 때문에 계속 보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그 모든 비논리적이고 황당한 콘텐츠들이 사랑받는 이유는 그 반대편에 있는 현실 때문이다. 모든 말에 논리를 요구하고, 매순간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하는 피로한 세상에서, 가장 논리적이지 않은 것이야말로 사람들을 쉬게 한다. 이탈리안 브레인로트는 그 허무 속에서 웃게 하고, 의미 없는 과잉 속에서 어떤 위안을 준다. 결국, 우리의 뇌는 진지함에 지쳤고, 그래서 지금은 트랄랄레로 트랄랄라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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