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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축구

맨체스터 시티는 2024-2025 시즌에 왜 이렇게 망가졌나[심층분석]

by skpygs 2025.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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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3 시즌의 영광과 2024-25 시즌의 붕괴를 비교하며

맨체스터 시티는 지난 수년간 유럽 무대에서 가장 안정적인 성과를 낸 클럽 중 하나였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 체제 아래에서 팀은 뚜렷한 철학과 전술적 일관성을 바탕으로, 프리미어리그를 포함한 각종 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2022-23 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석권하며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두 번째 트레블을 달성했다. 해당 시즌은 펩시티의 완성형 모델이자, 과르디올라 체제의 정점이라 불릴 만한 해였다.

항목
2022-23 시즌
2024-25 시즌
리그 성적
EPL 우승 (89점)
6위 (17R 기준 27점)
컵 대회
FA컵 우승 / 리그컵 8강
FA컵 16강 / 리그컵 탈락
유럽 대항전
챔스 우승
챔스 조기 탈락
(16강 진출 실패)
주요 스탯
평균 득점 2.5 / 실점 0.8
평균 득점 1.2 / 실점 1.6
리더십
귄도안-KDB-디아스 중심의
안정된 주장단
워커 중심의 붕괴,
KDB/로드리 부상
부상자 수
시즌 중 최소 4명 이하 유지
주요 선수 8명 이상 장기 부상
전술 기조
유연한 포지션 변화 + 중앙 점유
느린 빌드업 + 측면 무력화
공격 포인트
홀란드 외 5명 10득점 이상
홀란드 외 전원 한자릿수 득점

그러나 불과 2년이 지난 2024-25 시즌,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시즌 초반 우승 후보로 평가받던 맨시티는 리그 중반을 지나며 순위가 6위까지 내려앉았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며 조기에 탈락했다. 전체적인 경기력은 불안정하고, 팀 내 부상자도 많다. 1~2명의 부진으로 설명하기에는 문제의 범위가 넓고, 짧은 기간 안에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드러났다는 점에서 단순한 슬럼프 이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트레블을 달성했던 2022-23 시즌과 현재 시즌을 항목별로 비교하면서, 지금 맨시티가 겪고 있는 어려움의 원인이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겉보기에는 일부 전력 손실과 부상 문제가 전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팀이 왜 갑작스럽게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지 보다 뚜렷하게 드러날 수 있다.


1. 스쿼드 체력과 전술 운영 - ‘강철 군단’에서 ‘기동력 상실’로

2022-23 시즌의 맨체스터 시티는 전술적 완성도 측면에서 거의 이상적인 팀에 가까웠다. 중원의 핵심인 로드리는 후방 빌드업의 시작점이자 수비 안정성을 제공하는 축으로 기능했고, 베르나르두 실바와 잭 그릴리쉬는 측면에서 점유 유지와 수비 밸런스를 동시에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케빈 더 브라위너와 일카이 귄도안은 하프스페이스를 자유롭게 침투하며 골문을 위협했고, 엘링 홀란드는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진의 시선을 끌며 결정적인 마무리를 책임졌다. 특히 시즌 후반에는 존 스톤스를 인버티드 풀백 형태로 기용하여, 로드리와의 더블 피벗 구조를 통해 중앙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면서도, 빌드업과 전방 압박의 안정성을 모두 확보했다. 이러한 전술적 유연성과 높은 조직력은 과르디올라 감독이 추구하는 주도권 기반의 포제션 축구를 가장 이상적으로 구현한 결과물이었다.

 

반면 2024-25 시즌의 맨시티는 경기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는 중심축을 잃은 상태다. 핵심 자원인 로드리는 십자인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었고, 케빈 더 브라위너는 반복되는 부상과 체력 저하로 예전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중원에서 템포를 조율하고 전환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공격 전개 자체가 느려졌다. 측면 자원인 제레미 도쿠, 사비뉴, 그릴리쉬는 모두 탈압박이나 드리블 돌파에서는 강점을 보이지만, 공격 포인트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생산력은 낮은 편이다. 베르나르두 실바 또한 체력적 한계로 인해 압박 강도와 활동량이 감소하면서 예년만큼의 기여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전방으로의 전환 과정이 느려지고, 하프스페이스 공략과 박스 침투 움직임이 실종되자, 홀란드를 향한 공격 루트도 단조로워졌다. 결과적으로 전체 전술의 유기성이 크게 떨어졌고, 상대 수비를 흔들어줄 수 있는 구성력과 속도, 그리고 공간 창출 능력 모두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2022-23 시즌이 조직력과 에너지, 그리고 전술적 디테일을 바탕으로 경기를 통제하던 시기였다면, 2024-25 시즌의 맨시티는 그 중심축이 무너지며 전방과 후방 사이의 연결 고리가 끊긴 상태에 가깝다. 기동성, 창의성, 유연성 모두에서 손실이 발생했고, 이러한 약화된 구조는 결과적으로 대부분 경기의 주도권 상실과 많은 패배로 이어지고 있다.


2. 스몰 스쿼드의 한계

2022-23 시즌의 맨체스터 시티는 선수단 규모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각 포지션마다 대체 가능한 수준의 로테이션 자원을 보유한 스몰 스쿼드의 이상적인 모델에 가까웠다. 로드리의 백업으로는 당시까진 회복 가능성이 기대되던 칼빈 필립스가 있었고, 필 포든과 훌리안 알바레스는 측면과 중앙을 넘나들며 공격진 로테이션을 유연하게 소화했다. 존 스톤스와 아칸지, 아케는 센터백과 풀백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었고, 그릴리쉬와 실바도 전술적 변형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무엇보다도 핵심 선수들의 체력 상태가 양호했고, 시즌 내내 심각한 장기 부상 없이 대부분의 경기를 풀스쿼드로 치렀기에,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팀 전술의 밀도와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구조는 펩 과르디올라가 오랫동안 주장해온 ‘경기 감각 유지 기반의 최소 스쿼드 운용 철학’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펩은 여러 차례 “경기에서 내 전술을 수행하려면, 선수들의 감각과 집중력이 일정하게 유지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불필요하게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해왔다. 그 철학은 실제로 트레블이라는 역사적인 성과로 입증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24-25 시즌에 접어들며, 이 구조는 극도로 취약한 시스템으로 드러났다.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1군 자원이 17~18명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로드리를 시작으로 케빈 더 브라위너, 존 스톤스, 루벤 디아스, 네이선 아케 등 주축 선수들이 장기 부상으로 이탈했다. 특히 팀 전술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로드리가 시즌 초반 십자인대 부상으로 아웃된 이후, 중원은 경기 내내 방향성을 상실했고, 수비와 공격을 잇는 연결 고리는 완전히 붕괴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위험이 펩에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3-14 시즌, 펩은 바이에른 뮌헨 감독으로 부임한 첫 해에도 유사한 경험을 한 바 있다. 당시는 유프 하인케스의 트레블 이후 팀을 물려받은 시점으로, 펩은 선수단 규모를 20명 이하로 유지하며 자신이 강조하는 전술 훈련의 밀도를 높이고자 했다. 하지만 시즌 중반 이후 부상자가 속출했고, 특히 2014년 봄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티아고 알칸타라,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하비 마르티네스, 필립 람 등 핵심 미드필더와 풀백 자원들이 줄줄이 이탈하면서, 경기 운영 자체에 한계가 발생했다. 그 결과,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레알 마드리드에게 0-4로 완패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당시에도 언론과 전문가들은 "펩의 스몰 스쿼드 철학은 경기력이 정점일 땐 강점이지만, 변수에 취약하다"며 경고를 보냈다. 이후 바이에른은 꾸준히 선수층을 보강하면서 리스크 분산에 초점을 맞췄고, 펩 역시 점차적으로 선수단 운용 방식을 유연하게 바꿔갔다. 하지만 맨시티에서는 다시 그때와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2022-23 시즌에 모든 것이 이상적으로 맞아떨어진 경험이, 스쿼드 규모 확대에 대한 경각심을 무디게 만든 요인 중 하나였다. 트레블 시즌의 성공이 스몰 스쿼드를 고착화시켰고, 그로 인한 누적 피로와 예측 불가능한 부상 변수에 팀 전체가 취약해진 것이다.

결국 시즌 중 과르디올라 감독 역시 이를 부인하지 못하고, “지금의 경기 수를 고려할 때, 앞으로는 스쿼드 규모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펩 본인 스스로가 현재의 시스템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결론적으로, 과르디올라의 스몰 스쿼드 철학은 한때 높은 효율성과 집중도를 통해 맨시티를 정상에 올려놓았지만, 경기 일정의 과밀화, 선수들의 누적 피로, 반복되는 부상 변수 등이 겹친 지금은 오히려 리스크가 더 큰 구조로 작용하고 있다. 바이에른에서의 교훈이 시간이 흐르며 잊힌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펩은 이제 다시 한번, 철학과 현실 사이의 균형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3. 미드필더 세대교체 실패

맨체스터 시티가 2024-25 시즌 들어 중원에서 겪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세대교체의 실패다. 펩 과르디올라 체제에서 중원은 전술적으로 가장 핵심적인 파트였고, 경기를 설계하고 주도하는 중심축 역할을 해왔다. 특히 2022-23 시즌, 트레블을 달성하던 시기의 중원은 유럽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로드리, 일카이 귄도안, 케빈 더 브라위너, 베르나르두 실바가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유기적으로 움직였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기동력·전술적 응집력·공간 점유력은 타 팀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핵심 미드필더들이 모두 30대를 넘기며 노쇠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귄도안은 1990년생, 더 브라위너는 1991년생, 베르나르두 실바와 코바치치는 1994년생, 로드리도 1996년생으로 2025년이면 29세다. 이들 모두가 여전히 클래스 있는 선수임에는 틀림없지만, 피지컬적인 에너지 레벨이나 활동량 면에서 전성기 수준을 유지하긴 어렵다. 특히 박스 투 박스 역할을 요구하는 펩의 전술 특성상, 이러한 나이 든 미드필더들에게 풀시즌을 맡기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큰 운영 방식이었다.

문제는 이들 핵심 자원들의 에이징을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시점에 후속 자원 발굴이나 대체 영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1년 이후 맨시티가 중원을 강화하기 위해 데려온 선수들은 대부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칼빈 필립스는 완전히 실패한 영입이 되었고, 코바치치와 마테우스 누네스는 역할 분담이나 전술 적응 측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누네스의 경우, 코바치치와 유사한 스타일임에도 별다른 차별점이 없고, 전술적인 유연성에서도 부족함이 많다.

또한 이 시기 맨시티는 미드필더 유망주들을 적절히 육성하거나 단계적으로 기용하는 데에도 실패했다. 팀 내 장기적인 자원으로 기대되던 제임스 매카티는 프리미어리그에서 1분 남짓밖에 기용되지 않았고, 리코 루이스 역시 본 포지션이 아닌 중원에서 백업처럼 활용되며 정착하지 못했다. 즉, 내부 육성과 외부 영입이라는 두 가지 축 모두에서 전략적으로 실패한 것이다. 2023년 여름, 귄도안이 팀을 떠난 것은 세대교체의 적기였으나, 이를 대체할 선수는 없었고 결국 이듬해 다시 귄도안을 FA로 복귀시키는 회귀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사실상 중원 보강이 ‘원점 회귀’ 수준에 그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자원의 이탈을 막지 못하면서도, 떠난 자리를 채우지도 못한 이중의 실패였다.

맨 - 바 - 맨

트레블 이후 맨시티 보드진이 리빌딩 작업에 소극적이었다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당시 클럽 내부에서는 “기존 주축 자원들이 한 시즌은 더 버텨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전면적인 중원 개편 대신 단기 대체 자원 확보에 그쳤다. 하지만 시즌 시작과 동시에 반복된 부상과 폼 저하가 겹치며, 중원에서 에너지 레벨이 급격히 떨어지고 전술적 밀도마저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요약하자면, 2024-25 시즌 맨시티의 중원은 더 이상 전술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쇠화된 핵심 자원들은 전성기 시절만큼의 기동력과 경기 지속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고, 이들을 대신할 선수는 외부에서도, 내부에서도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다. 이는 단순한 부진이 아닌, 전술 시스템 전체를 재구성해야 할 정도의 구조적 문제다. 핵심 세대의 마무리와 다음 세대의 준비 사이의 전환 구간을 전혀 활용하지 못한 결과가, 지금의 중원 붕괴로 이어진 것이다.


4. 리더십의 붕괴: 전장의 중심이 사라지다

2022-23 시즌은 전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리더십 구조가 명확했다. 귄도안이 정신적 지주로서 선수단을 이끌었고, KDB와 워커, 디아스 등은 경기 내외적으로 책임감을 보이며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였다. 홀란드, 포든 등 젊은 선수들도 이 리더진 아래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24-25 시즌, 워커는 개인적인 문제와 경기력 저하로 주장을 수행하기에 부적절해졌고, 귄도안은 노쇠했고, KDB는 부상으로 이탈 중이다. 디아스마저 장기 부상으로 빠지면서 팀 전체에 정신적인 공백이 생겨났다. 젊은 선수들이 언론 인터뷰에서 팀을 변호하고 팬을 위로하는 역할까지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주장직 수행 중에 AC 밀란으로 임대 이적한 카일 워커


5. 유스 기용과 선수 관리: 유능한 자원을 떠나보낸 대가

펩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 시절, 리오넬 메시, 세르히오 부스케츠, 페드로 로드리게스를 1군으로 승격시키며 ‘육성형 명장’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특히 자신이 바르사 B팀을 이끌던 시절부터 관찰하고 성장 과정을 지켜본 자원들을 직접 1군 주축으로 기용한 점은, 당시로서는 전례 없는 지도력이었다. 하지만 이 이미지가 맨체스터 시티에서 그대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 시점에서 과르디올라 체제의 맨시티 1군에서 꾸준히 기회를 받고 있는 유스 출신 자원은 필 포든과 리코 루이스 단 두 명뿐이다. 두 선수 모두 잠재력이 확실히 입증된 인재이긴 하지만, 그 외의 유스 자원들—콜 파머, 제이든 산초, 제레미 프림퐁, 로메오 라비아, 브라힘 디아스 등—은 대부분 1군에서 의미 있는 기회를 받지 못한 채 다른 팀으로 이적했고, 이후 새로운 소속팀에서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

이러한 유망주 이탈은 단순히 '좋은 선수를 떠나보냈다'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이 떠난 자리는 지금 맨시티가 고령화된 기존 자원을 대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지션들과 정확히 겹친다. 예를 들어, 라비아는 로드리의 백업 혹은 중장기 대체자로 성장할 수 있었고, 프림퐁은 노쇠화된 카일 워커의 대체자 후보가 될 수 있었다. 파머는 측면에서 꾸준히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 수 있는 자원으로, 현재 기복이 심한 사비뉴나 도쿠보다 안정적인 대안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렇듯 유스 육성의 부재는 단순한 미래 손실이 아닌, 당장의 전력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문제다.

물론 이들 유망주를 모두 붙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문제는 과르디올라가 유스 자원 기용에 있어 지나치게 보수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망주들은 대부분 컵대회나 리그에서의 가비지 타임에만 제한적으로 기용되며, 핵심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져도 경험 있는 베테랑들을 선호하거나, 심지어는 포지션을 맞지 않는 자원으로 땜질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예컨대, 제임스 매카티는 올 시즌 내내 미드필더진의 기동력이 무너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그에서 단 1분 출전에 그쳤다. 기회를 주지 않으니 경기 감각이 떨어지고, 감각이 없으니 성과를 낼 수 없고, 성과가 없으니 다시 기회를 주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다.

유스 자원을 일찍 판매해 단기적인 이적 수익을 올리는 전략은 재무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실제로 맨시티는 유스 이적 시장에서 수익을 꾸준히 창출해왔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스쿼드 리빌딩에 필요한 홈그로운 자원의 뎁스를 스스로 줄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처럼 스몰 스쿼드 구조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세대교체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스 출신들이 뛸 자리가 없다는 것은, 단순한 펩의 스타일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차원의 전략 실패로 봐야 한다.

결과적으로, 유망주 판매로 얻은 수익은 세대교체 시점에 활용되지 않았고, 중원과 수비 라인의 고령화는 방치되었다. 지금의 맨시티는 외부 영입 없이 자체적인 리빌딩을 하기엔 이미 내부 자원이 고갈된 상태다. 유스 육성과 중장기적 전력 구성을 병행하지 못한 결과, 리빌딩 주기가 단절되었고, 그 공백이 2024-25 시즌의 흔들림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맨시티는 단순한 슬럼프가 아니다

많은 팬들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위로한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자면 지금의 맨시티는 전술적, 물리적, 정신적 기반이 모두 무너진 상태이다. 단지 몇 명의 부상자가 복귀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팀 전체가 리빌딩 없이는 반등할 수 없는 단계에 도달했다.

펩 과르디올라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야 할 때다. 팀의 고질적인 문제들—스몰 스쿼드, 미드필더 노쇠화, 유스 기용 회피—이 반복된다면, 더 이상의 영광은 없을 것이다. 다가올 여름 이적 시장과 단장 교체가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지금의 위기를 지나 새로운 사이클을 준비할 수 있을지, 아니면 맨유의 몰락을 답습하게 될지는 시티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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