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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최강야구' 장시원 PD와 JTBC의 갈등에서 민희진과 뉴진스, 하이브가 보이는 건 우연일까

by skpygs 2025.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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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한국 콘텐츠 업계에서 제작자와 플랫폼 간의 갈등이 점점 더 첨예해지고 있다. 단순한 내부 마찰을 넘어, 이 갈등은 한국 사회의 패러다임이 기업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파열음일지도 모른다. ‘최강야구’ 제작진과 JTBC의 충돌, 민희진과 하이브의 대립, 넷플릭스와 한국 제작사들의 불만, 그리고 과거 CJ ENM과 나영석 PD 간의 계약 문제까지. 이제 제작자는 단순한 고용인이 아니라 브랜드를 가진 하나의 독립적 존재가 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플랫폼과의 권력 관계도 변화하고 있다.

콘텐츠 산업의 핵심은 결국 '창작'이다. 하지만 플랫폼은 자본과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고, 제작자는 창의성과 영향력을 무기로 맞선다. 문제는 과거에는 제작자가 플랫폼의 영향력 아래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제작자가 브랜드가 되고 팬덤을 형성하면서 플랫폼과 대등한 위치에 서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개별 사건이 아니다. 한국 사회가 기존의 기업 중심, 집단 중심 체제에서 개인이 점점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현상일지도 모른다.

콘텐츠 제작자의 영향력 확대, 플랫폼의 위기

전통적으로 콘텐츠 업계에서 플랫폼(방송사, OTT, 엔터테인먼트 기업 등)은 제작자에게 자본을 제공하고, 제작자는 플랫폼의 기획 방향과 이해관계에 맞춰 콘텐츠를 생산하는 구조였다. 제작자는 플랫폼에 종속된 존재였고, 플랫폼이 콘텐츠의 유통과 수익을 장악하면서 자연스럽게 권력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콘텐츠의 핵심이 플랫폼이 아니라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에게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갈등이 표면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콘텐츠의 질과 성공 여부가 플랫폼이 아닌 제작자의 역량과 브랜딩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이 명확해지면서, 제작자들은 더 이상 플랫폼의 일방적인 통제에 순응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최근 ‘최강야구’ 제작진과 JTBC의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JTBC는 ‘최강야구’의 제작사인 스튜디오 C1을 배제하고 시즌4를 직접 제작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JTBC는 자신들이 프로그램의 방영권과 유통을 담당하는 방송사로서 주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제작진은 ‘최강야구’라는 브랜드를 자신들이 만들어왔으며, 프로그램의 기획과 발전에 있어 플랫폼보다 제작자의 역할이 더 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프로그램의 실질적인 주인이 누구인가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단순한 제작비 분쟁을 넘어, 방송사가 제작자를 단순한 하청업체로 볼 것인지, 독립적인 창작자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논쟁이 자리 잡고 있다.

 

비슷한 갈등은 K-팝 산업에서도 발생했다. 2023년, 뉴진스를 탄생시킨 민희진 대표와 하이브의 충돌은 콘텐츠 업계에서 제작자의 가치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를 두고 벌어진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뉴진스는 기획 단계부터 민희진의 독창적인 비전과 감각적인 브랜딩으로 만들어졌고, 대중 역시 뉴진스의 성공을 그녀의 기획력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뉴진스의 소속사 ADOR의 지분 80%를 보유한 하이브는 기업이 IP(지적재산권)를 소유하는 것이 당연하며, 제작자와 아티스트는 플랫폼의 틀 안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민희진은 뉴진스의 정체성과 음악적 방향을 자신이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이는 결국 내부 감사와 경영권 분쟁으로 번졌다. 하이브는 민희진이 ADOR을 독립시키려 했다고 의심하며 내부 감사를 진행했고, 뉴진스 멤버들의 거취까지 불투명해졌다. 이후 뉴진스 멤버들은 ADOR과의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하면서 독립을 택했다. 뉴진스를 브랜드화하고 세계적인 팀으로 성장시킨 것은 자신들이었으며, 단순히 플랫폼이 제공하는 시스템 안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이제 제작자는 단순한 콘텐츠 생산자가 아니라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플랫폼이 제작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존재였지만, 이제는 플랫폼과 제작자가 경쟁하는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 방송사, 엔터테인먼트 기업, OTT 플랫폼 등 기존의 ‘유통 권력’을 가진 기업들은 제작자와의 협업을 지속하려 하지만, 제작자들은 점점 더 독립적인 행보를 고민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몇몇 사례의 문제가 아니라, 콘텐츠 업계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조적인 변화다. 한국 사회가 기업 중심의 시스템에서 점점 개인이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질서가 흔들리며 발생하는 파열음일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콘텐츠의 소유권과 주도권을 둘러싼 논쟁은 더욱 거세질 것이며, 플랫폼과 제작자 간의 힘의 균형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다.

‘개인의 시대’로 가는 한국 사회, 충돌은 불가피하다

이러한 충돌은 단순한 업계 내부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개인이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는 구조로 변해가고 있는 현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콘텐츠 제작자가 플랫폼에 의존해야 했지만, 이제는 그 반대가 되고 있다. OTT의 확산, 크리에이터 경제의 성장, SNS를 통한 직접적인 팬덤 형성 등이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IP와 브랜드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가이다. 전통적인 기업 중심 사회에서는 IP를 보유한 회사가 절대적인 권한을 가졌다. 하지만 크리에이터 중심 사회로 이동하면서, 콘텐츠의 가치를 창출한 개인이 실질적인 소유권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강야구’ 제작진, 민희진 PD, 그리고 넷플릭스와 한국 제작사들 사이의 갈등은 이 전환 과정에서 벌어지는 대표적인 예다.

플랫폼 vs. 제작자, 앞으로의 방향은?

이제 플랫폼은 제작자 없이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직면하고 있다. 반대로 제작자들도 플랫폼이 가진 자본과 유통망을 무시할 수는 없다. 결국 협력의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과거처럼 ‘을’의 위치에 있던 제작자가 플랫폼과 대등한 협상력을 가지면서, 새로운 계약 구조와 협업 모델이 필요해졌다. 해외에서는 이미 크리에이터 중심의 계약 방식이 보편화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이런 변화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같은 글로벌 플랫폼은 특정 제작자나 크리에이티브 팀과 독점 계약을 맺으며, 제작자의 브랜드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모델이 정착될 가능성이 높다.

콘텐츠 전쟁은 곧 제작자 전쟁이다

‘최강야구’ 사태는 단순히 한 프로그램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콘텐츠 제작자와 플랫폼 간의 전쟁에서 발생하는 한 사례일 뿐이며, 더 큰 흐름 속에서 봐야 할 사건이다. 콘텐츠 업계에서 제작자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실제로 돈과 시장의 흐름이 그렇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플랫폼이 모든 것을 통제했다. 방송사는 제작자에게 자본을 지급하고, OTT는 제작사와 계약을 맺어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공급받았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아티스트를 데뷔시키고 수익을 관리하며, 그들이 만든 IP(지적재산권)를 회사 소유로 유지하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누가 더 강력한 ‘콘텐츠 IP’를 쥐고 있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되고 있으며, 제작자들은 더 이상 플랫폼의 종속적인 존재가 아니다.

가장 큰 변화는 개인의 능력이 돈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빨라졌고, 그 평가가 매우 객관적이고 명확해졌다는 점이다. 뉴진스 사태를 보자. 대중은 뉴진스의 성공을 하이브의 시스템 덕분이라고 보지 않았다. 오히려 "뉴진스는 민희진이 만들었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이브가 뉴진스를 글로벌 시장에서 키운 것은 맞지만, 그 본질적인 차별화 포인트와 브랜드 가치를 만든 것은 제작자였다. 플랫폼이 아무리 자본을 쏟아부어도, 핵심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결국 개인에게 있었다. 뉴진스 멤버들이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독립을 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제는 한 명의 제작자 혹은 아티스트가 곧 브랜드이며, 플랫폼을 떠나도 충분히 자신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최강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방송사 JTBC는 이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플랫폼이고, 스튜디오 C1은 이를 제작하는 곳이다. 그런데 시청자들이 JTBC를 보고 ‘최강야구’를 소비하는가? 아니다. 팬들은 ‘최강야구’라는 콘텐츠 자체를 소비하고, 제작진이 만든 이야기와 출연진의 플레이에 몰입하는 것이다. 만약 JTBC가 기존 제작진 없이 시즌4를 만든다면, 과연 ‘최강야구’라는 브랜드가 같은 힘을 가질까? 이는 뉴진스를 민희진 없이 유지하려던 하이브의 시도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콘텐츠 업계의 권력 구조는 이제 플랫폼 중심에서 콘텐츠 중심, 그리고 제작자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방송사가 프로그램을 결정하고,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아티스트를 키웠다면, 이제는 개별 제작자와 크리에이터들이 스스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유튜브, SNS, 디지털 플랫폼의 발전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과거라면 제작자가 플랫폼과 결별하는 순간 생존이 어려웠겠지만, 이제는 다르다. 개인의 브랜드와 실력이 증명되면, 자본과 시장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개인의 영향력이 빠르게 평가되고, 그 평가가 즉각적인 수익으로 연결되는 시대다.

플랫폼이 제작자를 종속시키는 시대는 끝났다. 제작자가 플랫폼을 떠나도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제작자의 창의성이 시장에서 독립적인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앞으로 콘텐츠 업계의 패러다임은 ‘플랫폼이 제작자를 선택하는 시대’에서 ‘제작자가 플랫폼을 선택하는 시대’로 변화할 것이다. 누가 더 많은 자본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강력한 콘텐츠 IP를 쥐고 있느냐가 미래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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