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C+ - 타자의 '순수 능력'을 측정하는 가장 정밀한 기준
야구는 단순히 안타, 홈런, 타점 같은 전통적인 지표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엔 너무나 복합적인 스포츠다. 타율이 높다고 해서 항상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며, 많은 타점을 기록했다고 해서 그 선수가 효율적인 공격자라고 단정할 수 없다. 타자의 진정한 가치를 평가하려면, 단순한 누적 수치를 넘어서 얼마나 많은 득점에 기여했는가, 그리고 그 기여도가 동시대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어느 수준인가를 정량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필요하다. 이러한 요구에 정확히 부합하는 것이 바로 wRC+다.
1. wRC+란 무엇인가?
wRC+는 "조정 득점 창출력 플러스(Weighted Runs Created Plus)"의 약어로, 타자가 공격을 통해 만들어낸 득점 기여도를 계산한 뒤, 이를 리그 평균 = 100으로 정규화한 비율 지표다. 쉽게 말해,
- wRC+ = 100: 리그 평균 타자(평균 수준의 타격)
- wRC+ = 120: 리그 평균보다 20% 더 많은 득점 기여(타격 능력 평균 이상)
- wRC+ = 80: 평균보다 20% 낮은 득점 기여(타격 능력 평균 이하)
이처럼 wRC+는 타자의 공격력을 하나의 숫자로 요약하며, 해당 값이 얼마나 많은 점수를 창출했는가에 대한 상대적 해석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 지표는 WAR과 크게 다른 점이 없어 보이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은 WAR이 투수와 타자를 아우르는 기록이라면, wRC+는 타자 분석에 특화된 기록이라는 것이다.

2. 계산 방식과 주요 구성 요소
wRC+는 단독으로 존재하는 수치가 아니다. 먼저 wOBA(Weighted On-Base Average)를 계산한 후, 여기에 리그 평균, 파크팩터(구장 효과), 시즌 득점 환경 등을 반영하여 wRC를 계산하고, 마지막으로 이를 정규화하여 wRC+를 산출한다.
wOBA는 ‘가중 출루율(Weighted On-Base Average)’이라는 뜻으로, 타자의 공격력을 평가하는 데 있어 가장 정교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이름은 출루율(OBP)과 비슷하지만, 계산 방식은 훨씬 진보돼 있다. 전통적인 지표들—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는 각각의 타격 이벤트를 지나치게 단순화해서 계산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예를 들어, 타율은 단타와 홈런을 똑같은 ‘안타 1개’로 취급하고, 볼넷이나 몸에 맞는 공은 아예 무시한다. 출루율(OBP)은 볼넷, 안타, 몸에 맞는 공 등 모든 출루를 인정하긴 하지만, 출루의 ‘질’은 따지지 않는다. 단타든 볼넷이든 홈런이든 그냥 ‘출루 1회’로 본다. 장타율(SLG)은 장타를 강조하지만, 아예 볼넷이나 출루 능력은 반영하지 않는다. OPS는 출루율 + 장타율을 단순 합산한 수치지만, 두 항목이 실제로 팀 득점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반영하진 않는다. 이런 전통 지표들의 단점을 보완해서 등장한 것이 바로 wOBA다.
wOBA는 각 타격 이벤트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득점을 만들어내는가, 즉 득점 기대값(run expectancy)을 기준으로 가중치를 부여해서 계산한다. 실제 경기 데이터를 통해 분석해보면, 홈런은 단타보다 팀 득점에 훨씬 더 크게 기여하고, 볼넷도 적지만 분명한 가치가 있다. 그래서 wOBA는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계산된다.

- BB는 볼넷 (Base on Balls), IBB는 고의 4구
- 1B, 2B, 3B, HR은 각각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 수
- SF는 희생 플라이, HBP는 몸에 맞는 공
- 홈런 = 2.10, 3루타 = 1.62, 2루타 = 1.27, 단타 = 0.89, 볼넷 = 0.69 등으로 기대 득점 가중치를 다르게 부여
- wRC는 해당 타자의 wOBA를 기준으로 몇 점의 득점을 창출했는지를 계량화한 값
- wRC+는 이를 리그 평균 wRC와 비교하고, 구장 보정 및 시즌 득점 환경을 반영하여 평균 = 100 기준으로 정규화한 값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계산된 wRC+는 단순히 출루율이나 장타율만을 기준으로 한 OPS보다 훨씬 정확하게 타격 기여를 수치화한다.
3. 왜 wRC+가 가장 신뢰받는 타자 지표인가?
(1) 공격 이벤트의 실질적 가치 반영
전통적인 타율이나 OPS 같은 지표는 각각의 타격 이벤트—예를 들면 단타, 볼넷, 홈런—이 실제로 얼마나 득점에 기여했는지를 정밀하게 반영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타율은 안타의 유무만 따지고, OPS는 출루율과 장타율을 단순히 더한 값이기 때문에, 타격 이벤트 간의 가치 차이를 정확히 드러내지 않는다. 반면 wRC+는 세부적인 득점 기여 확률을 기반으로 각 이벤트에 가중치를 부여한다. 따라서 홈런은 가장 높은 가치를, 볼넷은 단타보다 낮은 가치를, 출루는 전체적으로 적절히 평가된다. 이는 단순히 ‘얼마나 출루했는가’를 넘어서 ‘얼마나 팀 득점에 기여했는가’를 반영하는 지표라고 볼 수 있다.
(2) 리그 및 구장 보정
타자의 성적은 그가 속한 리그의 환경과 홈구장의 특성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예를 들어, 투수가 강세인 리그나, 파크 팩터가 낮은 구장에서의 성적은 동일한 숫자라 하더라도 더 큰 의미를 가진다. 펜스까지의 거리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 잠실구장에서의 15홈런과 상대적으로 짧은 대구에서의 15홈런은 명백히 다르다. wRC+는 이러한 요소들을 모두 보정하여, 각 선수의 성적을 동일한 기준에서 평가할 수 있도록 만든다. 덕분에 특정 선수의 기록이 과대평가되거나 과소평가되는 문제를 줄일 수 있다.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좌), 잠실종합운동장 야구장(우)
(3) 시대와 리그를 초월한 비교 가능성
wRC+의 또 다른 강점은 ‘100’을 리그 평균으로 설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상대적 가치를 평가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시대나 리그에 속한 선수들의 성적을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990년대의 MLB 타자와 2020년대의 KBO 타자, 혹은 같은 리그라도 투고타저 시기와 타고투저 시기의 선수들을 공정하게 비교할 수 있다. 이는 단순 누적 기록이나 전통 지표로는 절대 구현할 수 없는 수준의 비교 가능성을 제공한다.
4. wRC+ 수치로 본 실제 사례
MLB 역대 시즌 예시 (FanGraphs 기준)
선수
|
시즌
|
wRC+
|
비고
|
배리 본즈
|
2002
|
244
|
역사상 최고의 타자 시즌
|
브라이스 하퍼
|
2015
|
197
|
MVP 수상 시즌, 22세
|
마이크 트라웃
|
2018
|
191
|
전방위 타격 능력
|
아론 저지
|
2024
|
218
|
VS 오타니
|
오타니 쇼헤이
|
2024
|
181
|
VS 저지
|
-오타니의 50홈런-50도루와 저지의 wRC+ 218 중 뭐가 더 대단한 기록일까? 희소성 측면에서만 보면 오타니가 앞선다. 하지만 순수한 타격 능력만 보면 저지가 앞섰다고 할 수 있다. 지명타자로 주로 출전한 오타니와 달리 중견수로서 수비적인 역할까지 수행한 저지도 압도적인 선수였음을 알 수 있다.

KBO 예시
- 테임즈 (2015): 타율 .381 / OPS 1.288 / 47홈런 → wRC+ 약 223(!!!)
- 김하성 (2020): 타율 .306 / OPS .921 / 30홈런 → wRC+ 약 141
- 로하스 Jr. (2020): 타율 .349 / OPS 1.097 / 47홈런 → wRC+ 약 176
- 강백호 (2021): 타율 .347 / OPS .971 / 16홈런 → wRC+ 약 158
- 이정후(2022): 타율 .349 / OPS .996 / 23홈런 → wRC+ 약 183

5. 스몰 샘플에서의 wRC+ 왜곡 사례
wRC+는 타격 이벤트별 득점 기여도를 정교하게 계산하고, 리그 평균을 기준(100)으로 상대적인 가치를 표현하는 매우 강력한 비율 지표다. 하지만 이 지표는 단기 성과에 민감하다는 단점을 함께 지닌다. 특히 타석 수가 적은 경우, wRC+ 수치가 실제 실력보다 과장되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선수가 단 30타석에서 홈런 5개, 볼넷 8개를 기록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는 대단한 성과지만, 그로 인해 wRC+가 200을 넘는 수치로 계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장기적인 실력보다는 짧은 기간의 폭발적인 활약, 혹은 운에 가까운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비율 지표는 ‘성공률’의 개념이기 때문에, 표본이 작을수록 극단적인 수치가 더 쉽게 나타나고, 이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19 나성범은 23경기에 출장했는데 wRC+가 198.2였다
이러한 이유로 wRC+는 기본적으로 규정 타석을 충족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메이저리그(MLB)는 시즌 기준 502타석, KBO는 443타석을 규정 타석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이는 리그 전체 경기 수를 기반으로 설정된 표준이다. 이 정도의 타석을 소화한 선수는 운이나 단기 컨디션을 어느 정도 상쇄한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성과를 기록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짧은 기간의 높은 wRC+는 그 자체로 주목할 만한 성과이며, 선수의 잠재력이나 현재의 핫한 컨디션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실력’이라는 보다 본질적인 가치를 평가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일정 수준 이상의 표본을 확보한 상태에서 wRC+를 해석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 지표의 정교함과 신뢰성이 온전히 드러날 수 있다.
6. 결론: 타자 평가의 새 기준
wRC+는 단순한 공격 효율을 넘어, 타자의 득점 창출 능력을 가장 정밀하게 정량화한 지표다. 단일 이벤트의 빈도나 단순한 출루 비율을 넘어서, 실제 경기에서 팀 득점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종합적으로 분석해낸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그 정밀성의 핵심은 세 가지에 있다.
- 공격 이벤트별 기대 득점 반영 – 홈런, 볼넷, 단타 등의 가치를 정확히 구분해 계량화한다.
- 리그 및 구장 보정 – 동일한 성적도 리그/구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편차를 제거한다.
- 시대 간 비교 가능성 – 1980년대, 2020년대, MLB, KBO 할 것 없이 모두 상대화하여 비교 가능하다.
이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타자 지표는 사실상 wRC+밖에 없다.
결국 우리는 하나의 숫자로, 그 선수가 ‘얼마나 많은 점수를 만들었는가’를 측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타자의 공격력을 평가할 때 단 하나의 숫자만 본다면, 그 답은 wRC+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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