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호텔 경제학 발언, 경제학적으로 말이 되는가?

2025년 5월 18일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제1차 TV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자신의 유세 중 발언했던 ‘호텔 경제학’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호텔 예약에 10만 원을 지불하고, 나중에 취소하더라도 그 돈이 마을 안에서 돌면서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토론 직후부터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되며 ‘경제학적으로 말이 되냐’는 질문을 낳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발언을 경제학의 기본 개념들과 비교하며, 과연 타당성이 있는지를 분석한다.

이재명의 주장 요약

전북 군산 유세 당시 이재명 후보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누군가 호텔에 10만 원을 지불해 예약하고, 이후 환불을 받는다. 그 사이 호텔 주인은 정육점에 외상으로 고기를 사고, 정육점 주인은 병원에 외상 진료비를 내고, 병원은 직원 월급을 지급한다. 결국 이 10만 원이 한 바퀴 돌고 다시 호텔 주인에게 돌아오며 마을 경제가 움직였다는 것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지역 내 유동성이 돌 수 있다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경제학적으로는 여러 문제가 있다.

화폐 유통 속도와의 유사성

이재명 후보의 설명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화폐유통속도 개념과 닮아 있다. 한 단위의 화폐가 얼마나 빠르게 순환하며 거래되는지를 설명하는 지표로, 자금이 빠르게 움직일수록 경제에 더 많은 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예시처럼 하나의 돈이 여러 주체를 거쳐 사용되면, 마치 더 많은 돈이 돌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효과는 실제로 재화와 서비스가 교환되는 거래에서만 유효하다. 호텔에 예약금이 들어오고, 그 돈을 호텔 주인이 지출했으며, 나중에 다시 환불된다고 하더라도 이 모든 과정이 일시적 외상과 신뢰에 의존했다면, 실질적인 거래 없이 돈만 움직인 것으로 GDP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실제 거래가 없으면 GDP에 반영되지 않는다

경제학에서 GDP는 실제로 생산되고 소비된 재화와 서비스의 총액이다. 이재명 후보가 말한 상황에서는 호텔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고 소비자도 결국 돈을 환불받았다. 이런 경우 경제적으로는 거래가 없는 것으로 본다.

 

예약 취소가 발생하면 회계상 일시적인 현금 유입은 있을 수 있지만, 실질적인 경제활동이나 총수요 증가에는 기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재명 후보의 논리는 개념적으로는 흥미로울 수 있으나, 현실 경제에서는 실제 소비와 교환이 없는 상태이므로 의미 있는 경제효과로 보기 어렵다.

외상 기반 경제 흐름의 위험성

이재명 후보가 묘사한 지역 내 자금 순환은 모두 외상 기반이다. 호텔 주인이 정육점에 외상으로 고기를 사고, 정육점 주인이 병원에 외상 진료를 받는 식이다. 이런 외상 거래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완화할 수는 있지만,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으로 보기 어렵다.

 

현실 경제에서 외상 기반 거래는 신용 시스템의 핵심이긴 하나, 한 단계라도 신뢰가 무너지면 순환 자체가 붕괴된다. 특히 신용 불량자나 지급 불능 주체가 개입될 경우 전체 거래 구조가 위협받는다. 이를 간과한 설명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경제 모델이다.

이준석 후보의 반박

이재명 후보의 발언에 대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토론 중 날카롭게 반박했다. “호텔 예약만 해도 지역 경제가 산다고요? 그럼 전국민이 가짜 예약만 해도 나라가 잘 돌아가겠네요.” 이는 실물 소비 없이 통계상의 숫자만 돌리는 것은 허구라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경제는 심리와 신뢰에 크게 의존하지만, 실제 구매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소비는 수치상으로도, 체감으로도 성장할 수 없다.

정치적 수사로는 가능하지만, 경제학적 타당성은 낮다

이재명 후보의 ‘호텔 경제학’은 화폐 순환의 중요성이나 지역 내 자금 회전이라는 개념에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 경제의 작동 원리, GDP 산정 기준, 거래의 실질성 등을 고려하면 그 발언은 과도하게 단순화되었으며 실질적인 경제효과를 설명하지 못한다.

정치적 수사로는 가능할 수 있지만, 국민이 듣고 싶은 건 실제로 실행 가능한 정책이며 실효성 있는 경제 전략이다. 단순한 예시는 이해를 돕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진짜 경제적 진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