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이틀 남았다.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은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3차 tv 토론에서 '그 발언' 이후에 너무 큰 논란이 생겨 이대로 10%도 못 넘고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상이 되었다. 이재명 후보는 김문수 후보와 엎치락뒤치락. 뚜렷한 1,2위와 벌어진 3위의 형국이었다. 그래도 내가 사는 동탄(비록 2신도시긴 하지만) 지역에서 나온 첫 대통령 후보이니만큼 이번이 아니면 볼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 오후 2시, 무작정 흰티에 청바지, 운동화를 차려 입고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만에 호수공원에 도착했다.
현장에 도착하니까 후보자 이름이 들렸는데, 그게 이준석이 아니라 이재명이었다. 알고 보니까 이재명 선거운동원들이 바로 옆에서 이준석에 대한 온갖 비난을 쏟아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발언자의 발언 수위가 좀 높았다. 동탄이 저번 총선에서 이준석을 선택한 것에 대해 정면으로 부정하는 수준의 발언이라서 처음부터 기분 나쁘게 시작했다. 다행히도, 이준석 후보의 유세가 시작되는 3시부터는 철수하기로 했다고 한다. 천하람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걸 모르고 사전연설에서 '매너 없게 집중유세인데도 견제를 한다' 고 발언했다가 사과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선거 유세 발언 내용은 품격에서 좋은 점수를 술 수가 없었다. 정치란 상대 진영이 틀렸다고 전제해서는 안 되는 것인데, 상대 정치인을 선택한 유권자들이 틀렸다는 식으로 발언하는 것은 도를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준석 후보가 신촌에서 반대 시위를 하는 청년들에게 '가재, 붕어, 개구리처럼 살고 싶으면 환호하라' 고 발언한 논란에 대해 지적할 자격이 과연 서로에게 있는지 의문이다.
선거유세를 가본 게 처음이었는데, 확실히 정치인은 정치인이다. 천하람 의원과 전성균 선대위원장의 연설 능력이 그야말로 좌중을 압도했다. 천하람 의원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청중을 휘어잡는 강렬한 화법이었다면, 전성균 의원은 거의 레크리에이션 강사 같이 분위기를 재밌게 띄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렇게 보이지 않겠지만, 제가 결혼도 해서 두 살 된 딸이 있습니다." (와~~~!) "아, 이게 이렇게 박수받을 일인가요?" (웃음)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제가 이준석 후보보다 다섯 살이 어립니다. 믿기 힘드시죠?" 등등.
사람이 굉장히 많이 왔다. 현장 분위기를 그대로 옮기자면, 옆의 이재명 후보 유세차 앞에는 파란 옷을 입은 선거운동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준석 후보 유세차 주변에는 주황색 옷을 입은 운동원보다 일반 유입된 시민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거의 동등했고, 아이들의 어머니, 가족 단위로 많이 온 것이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은 '사랑해요 이준석' 을 외치며 블루투스 스피커로 이준석 후보의 선거송을 틀고 춤을 춰서 박수를 받았다. 거의 천 명은 넘어 보였다. 확실히 동탄2신도시만큼은 이준석이 유의미하게 우세하다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준석 후보가 등장했다. 등장할 때 천하람 의원의 소개 멘트가 인상적이었다. "The next president of the Republic of Korea!" 솔직히, 이준석 후보 연설은 유튜브로도 자주 봐서 그렇게 새로운 느낌보다는 실제로 봐서 신기하다는 느낌이었는데 천하람 의원과 전성균 의원의 연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저런 동반자가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얼마나 든든할까. 나도 그런 사람들이 내 주변에 많았으면 좋겠다.
유세가 끝나고 양 쪽 진영의 모습이다. 이제 하루 남았다. 과연 누가 대통령이 될지, 이 선거의 결말은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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