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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삼성전자 AI 전환, 겉은 화려하나 본질은 아직 미완

by skpygs 2025.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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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AI 드리븐 컴퍼니’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조직 개편에 나섰다. 디바이스 경험(DX) 부문 산하에 ‘AI 생산성 혁신 그룹’을 신설하고, 각 사업부에 ‘AI 생산성 혁신 사무국’을 두었으며, 약 300명 규모의 ‘AI 크루’를 통해 현장 실행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전사적 일하는 방식을 AI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조직 구조만 놓고 보면 합리적이다. 컨트롤타워, 현장 실행조직, 인재 양성 체계가 연결된 형태는 국내 대기업 중에서도 드문 수준이다. 그러나 기술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구조가 잘 짜여 있어도 실질적인 변화는 어렵다. 삼성은 자체 개발한 대규모 언어 모델 ‘Samsung Gauss’를 통해 AI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성능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자연어 처리, 문맥 유지, 추론 능력 등에서 오픈AI의 GPT-4나 구글의 Gemini, 메타의 LLaMA2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한글 기반의 문서 처리나 다중 턴 대화에서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런 한계를 인식한 삼성은 실제 제품과 서비스에서 구글의 Gemini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Galaxy S24 시리즈의 다양한 AI 기능은 대부분 Gemini Nano 기반이며, 내부 업무 시스템에도 구글 LLM API 연동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실용적 선택이지만, 결국 핵심 기술 의존의 문제로 이어진다. ‘AI 중심 회사’라고 선언했지만, 그 AI의 뇌는 구글이 쥐고 있는 셈이다. 플랫폼 의존 문제는 기업의 정체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AI가 의사결정 흐름을 바꾸는 도구가 된 지금, 그 알고리즘이 외부에 있다면 기업은 기술이 아니라 브랜드만 유지한 채 플랫폼 하청화될 위험이 있다. 삼성의 AI가 자립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자체 인공지능 중심 전략'은 명분에 가깝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비교해 보면 차이는 더욱 명확하다. 구글은 PaLM2와 Gemini를 통해 검색, 이메일, 브라우저, 클라우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AI 생태계를 통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OpenAI와 협업하여 Bing, Office, Azure 전반에 AI를 내장하고 있으며, 메타는 LLaMA 시리즈를 오픈소스로 풀어 연구자들과 협력 기반을 넓히고 있다. 이들 기업은 클라우드와 LLM, 애플리케이션이 유기적으로 통합된 수직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삼성은 여전히 하드웨어에 강점을 두고 있다. AI 반도체, 메모리, 디바이스 제조 능력은 세계 최상위지만, LLM 자체 성능이나 클라우드 플랫폼 기반에서는 글로벌 경쟁사에 한참 뒤처진다. 특히 클라우드 인프라가 취약하고, 서비스 단의 기술 융합 경험도 부족하다.

 

더욱이 삼성의 조직 문화는 AI 전환과는 다소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보안이 엄격하고 의사결정이 위계적이며, 실험보다는 안정성과 반복을 우선시하는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AI는 빠른 시도와 실패를 통해 학습하는 기술이며, 개방성과 유연성이 없으면 혁신이 불가능하다. 외부 AI 인재들이 삼성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조직 개편 자체는 의미 있다. 문제는 그것이 기술력이나 문화적 기반과 연결되어야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기술이 부족하면 실행력으로 보완할 수는 있다. 그러나 기술 없이 조직만 재편한다면, 그것은 껍데기뿐인 변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지금 두 개의 시계를 동시에 돌리고 있다. 하나는 조직과 구조의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과 성능의 시간이다. 이 두 시간이 맞지 않으면, ‘AI 생산성 혁신 그룹’은 혁신이 아니라 기획서 생산 조직이 될 수 있다. 기업이 AI를 통해 진짜로 변하고자 한다면, 결국 핵심 기술을 스스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플랫폼 회사들의 틈바구니에서 브랜드만 남은 채 존재감이 약해질 수 있다.

 

삼성이 진정한 ‘AI 중심 회사’로 거듭나려면 기술 내재화와 조직 문화 혁신이 동시에 필요하다. AI는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기업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바꾸는 구조적 힘이기 때문이다. 진짜 전환은 기술력과 문화, 사람의 구조를 함께 바꿀 때 비로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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