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어진 후보 교체 논란은 정당 정치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었다. 당내 경선을 통해 정당하게 선출된 김문수 후보가 당 지도부에 의해 전격 교체되었다가 당원 투표를 통해 복귀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당의 정체성과 민주주의적 정당성 모두에 치명적 타격을 입혔다.
김문수 후보, 경선 승리에도 '사퇴 압박'
김문수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을 통해 공식 후보로 선출되었으나, 한덕수 전 총리와의 보수 단일화 압박 속에서 지도부와 갈등을 빚었다. 당 지도부는 단일화 여론이 80%를 넘는다는 점을 내세워, 김문수의 후보 자격을 박탈하고 한덕수로 교체하려는 시도를 본격화했다.
법원, 지도부 손 들어줘... 그러나 단일화는 결렬
김문수는 이에 반발해 5월 7~8일에 걸쳐 가처분 신청 두 건을 제기했으나, 5월 9일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단일화 추진이 김문수 지위 박탈을 목적으로만 이루어졌다고 보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처분 기각 직후 양 캠프는 단일화 협상을 벌였으나, '역선택 방지 조항'과 여론조사 방식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최종 결렬됐다.
새벽 3시 등록 공고? 사실상 '한 후보를 위한 절차'
5월 10일 새벽 1시, 국민의힘은 당헌 제74조의2와 대선후보자선출규정 제29조를 근거로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전격 취소하고,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단 1시간 동안 후보자 등록을 받겠다는 공고를 게시했다. 제출 서류는 32종에 달했고, 일부 서류는 발급 중지 시간대에 해당돼 물리적으로 준비가 불가능했다. 결국 유일하게 등록한 이는 한덕수였다. 이에 따라 김문수는 사실상 후보 자격을 박탈당했다.
'날치기 등록'에 들끓은 반발… 김문수 후보 복귀
김문수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야밤에 정치 쿠데타가 벌어졌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당일 오후, 김문수는 후보 자격 박탈 효력정지 가처분을 재차 신청하고 직접 법정에 출석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강한 반발이 터져나왔다. "국민이 잠든 시간에 새 후보를 등록시키는 건 북한보다 못하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당원 투표 결과, '후보 교체' 부결
결국 이날 밤 열린 전 당원 대상 ARS 투표에서 한덕수로의 후보 교체 안건은 부결되었다. 이에 따라 김문수는 공식 후보 지위를 회복했고, 다음날인 5월 11일 중앙선관위에 후보 등록을 완료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비대위는 권성동 대행 체제로 전환되었다.
김문수를 지지하지 않았던 비윤계 인사들마저 지도부의 일방적인 ‘정치 쿠데타’에 반발하며 교체 반대 진영에 가세했고, 의원총회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에 후보 교체 여부를 위임하자는 안건이 찬성 62, 반대 2라는 압도적 수치로 통과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회피할 수 없게 된 지도부는 최종 결정을 전 당원 투표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당원의 뜻을 따르겠다는 민주주의적 명분을 세우기 위한 조치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지도부의 무리수에 대한 책임 회피성 물타기 시도라는 비판도 존재했다.
이렇게 해서 실시된 전 당원 ARS 투표에서, ‘후보 교체’ 안건은 부결되었다. 여론조사 상에서는 단일화 찬성률이 80%를 넘었지만, 실제 당원 투표에서는 결과가 정반대로 나왔던 것이다. 이로써 김문수는 공식 후보 자격을 회복했고, 다음날인 5월 11일 중앙선관위에 후보 등록을 완료하게 된다.
내부 분열과 지도부 붕괴… 보수 재편 신호탄?
이번 사건은 단순한 후보 교체 실패가 아니다. 보수 진영 내부의 분열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친윤계, 김문수계, 한덕수계, 비윤계가 얽힌 복잡한 권력 구도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향후 국민의힘은 정계 개편과 당내 권력 투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한편, 김문수 후보는 여전히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은 채 본선 경쟁 체제로 돌입했으며, 개혁신당 소속 이준석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삼자 대결 혹은 양자 구도가 형성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다시 한번 민주적 절차를 무너뜨리는 정치적 자해를 저질렀다. 김문수 후보의 교체 시도는 단일화라는 명분 뒤에 숨은 지도부의 정치적 독단이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2020년 이후 무려 세 차례나 당 대표의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치지 못하게 했다. 황교안 대표는 총선 참패 후 사퇴, 이준석 대표는 당헌 개정을 통한 정치적 축출, 정진석 비대위원장 체제 역시 위헌 논란과 함께 중도 해산됐다. 이쯤 되면 지도부 교체는 정당한 절차가 아니라, 권력투쟁의 한 방식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이번에는 새벽 3시에 후보 등록 공고를 띄우는 ‘정치판 계엄령’이 벌어졌다. 갑작스러운 공지, 1시간짜리 등록 마감, 준비 불가능한 서류 요구는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운 밀실 정치였다. 이는 과거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했던 계엄령 문건을 연상케 하며, 당 지도부가 헌법과 민주주의 위에 군림하고자 했음을 보여준다. 결국 당원들은 그들을 심판했다. 전 당원 투표에서 후보 교체안이 부결된 것은, 당의 주인은 지도부가 아니라 당원임을 다시금 보여준 사건이다. 지도부가 민심과 당심을 거스르며, 당을 사유화한 결과는 분명했다. 국민의힘은 더 이상 '국민의 힘'이 아닌, 소수 권력자의 힘만으로 움직이는 정당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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