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하긴 하지만, ETF는 그저 여러 주식을 묶어놓은 상품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고, 주식 앱에서도 자주 마주치지만, 도대체 어떤 원리로 구성되어 있고 어떻게 거래가 가능한지까지 깊이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러다 투자를 하면서 ‘TIGER 미국 S&P 500’이라는 이름의 ETF를 접하게 되었고, 문득 “이건 정확히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하고 궁금해졌다.

ETF는 ‘묶음 주식’을 주식처럼 만든 상품이다
ETF는 ‘Exchange Traded Fund’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상장지수펀드’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여러 주식을 하나로 묶은 펀드인데, 이걸 주식시장에 상장시켜서 우리가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 조금 더 쉽게 풀어보자.
일반적으로 펀드는 증권사에 가입하거나 일정 기간 돈을 맡겨야 하지만, ETF는 그냥 주식처럼 원할 때 사고팔 수 있다. 또 하나의 큰 특징은, ETF 한 주 안에 여러 주식이 비율에 따라 담겨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TIGER 미국 S&P 500”이라는 ETF는, 미국의 대표 기업 500개의 주가를 그대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그런데 이 500개 주식을 어떻게 하나로 묶어서, 다시 우리가 소액으로 사고팔 수 있는 걸까?
ETF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ETF는 먼저 ‘기초지수’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기초지수란, 이 ETF가 어떤 기준을 따라갈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S&P 500’은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500개 기업을 모아놓은 지수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이 포함되어 있다.
ETF 운용사는 이 지수를 기준으로 주식 바구니를 만든다. 이때 중요한 건, 비율이다. 예를 들어 S&P 500에서 애플의 비중이 6%라면, ETF도 전체 자산 중 6%는 애플 주식을 사야 한다. 이런 식으로 500개의 종목을 해당 지수의 구성 비중대로 실제로 사서 바구니를 완성한다. 이걸 ‘지수를 복제한다’, 또는 ‘물리적 복제’ 방식으로 운용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렇게 만든 주식 바구니를 우리에게 곧바로 파는 건 아니다. 이 바구니는 너무 크기 때문에, 먼저 일정한 단위로 묶는다. 이걸 Creation Unit(크리에이션 유닛)이라고 한다. 보통 한 개의 Creation Unit은 ETF 10만 주 정도에 해당하는 크기다. 일반 투자자가 접근할 수 없는 덩치다. 이 Creation Unit을 다루는 건 AP(Authorized Participant, 지정참가자)라는 기관투자가들이다. 이들은 Creation Unit을 받아서, 그 안에 담긴 주식들을 비율대로 나눈 뒤, ETF 1주 단위로 잘게 쪼개 시장에 상장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주식 앱에서 볼 수 있는 ‘TIGER 미국 S&P 500 ETF’ 한 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ETF 운용사 (ETF를 만들고 관리하는 곳)>
운용사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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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ETF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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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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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자산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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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D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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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위 운용사, ETF 점유율도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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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자산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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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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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 ETF, 미국지수 추종 상품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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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자산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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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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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섹터 중심 상품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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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자산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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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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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상품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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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Amundi자산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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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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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친환경 테마 ETF 비중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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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자산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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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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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테마형 ETF 다수 출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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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운용사들은 각자 전략에 따라 다른 ETF를 출시하며, 해외 주식, 국내 주식, 채권,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군을 추종하는 상품을 만들어낸다.
<지정참가자(AP) (ETF를 사고팔고 가격을 안정시키는 기관)>
지정참가자(AP)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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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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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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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DEX 관련 ETF의 주요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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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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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 ETF 유통 및 시장 조정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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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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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RO ETF의 주요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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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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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TAR ETF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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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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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 ETF 관련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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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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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ETF 브랜드와 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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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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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 AP로 유동성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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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한 주 안에는 0.1주, 0.005주 같은 단위로 주식이 들어 있다
ETF 한 주를 사면 실제로 500개의 주식을 모두 갖는 것일까?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그 주식들을 ‘소수점 단위로 간접 보유’하게 된다.
왜냐하면 ETF는 주식을 비율 기반으로 구성하기 때문이다. 전체 ETF 자산이 100억 원이고, 애플이 그중 6%를 차지한다면, 6억 원어치의 애플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 ETF가 전체 1,000만 주로 나뉘어 있다면, ETF 한 주 안에는 애플 주식 600원어치가 들어 있는 것이고, 애플 주가가 30만 원이라면 이는 0.002주에 해당한다.
즉, ETF는 주식을 정확히 몇 주씩 담는 게 아니라, 지수 비중에 맞춰 '가치 단위'로 담고, 그걸 잘게 쪼개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ETF 한 주로 만든다. 그 결과, 우리는 ETF를 통해 삼성전자 0.08주, 애플 0.01주, 테슬라 0.005주 같은 식으로 소수점 단위로 여러 주식을 동시에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출처: 삼성자산운용
비유하자면, ETF는 잘라서 파는 주식 케이크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해보자. ETF는 케이크 한 판을 만들어 놓고, 그걸 조각으로 잘라서 파는 구조다.
- ETF 운용사가 주식으로 큰 케이크(=주식 바구니)를 만든다.
- 그걸 큰 단위(Creation Unit)로 만든다.
- 지정참가자(AP)가 이 케이크를 작은 조각(EFT 주식)으로 잘라서 시장에 올린다.
- 우리는 그 조각 하나하나를 주식처럼 사는 것이다.
이 조각 안에는 애플 맛, 테슬라 맛, 아마존 맛이 모두 조금씩 들어 있다.즉, 하나의 ETF 주식은 수많은 주식의 조각들이 적절히 배합된 주식 샐러드 같은 것이다.
정리하며
ETF는 그저 ‘여러 주식을 모은 상품’이 아니라, 정해진 기준(지수)을 따라, 실제 주식을 비율대로 구성한 뒤, 이를 잘게 쪼개서 주식처럼 만든 상품이다. 우리가 ETF 한 주를 사면, 사실상 소수점 단위로 다양한 주식을 동시에 투자하는 효과를 얻는다. 그래서 ETF는 적은 돈으로도 분산 투자, 글로벌 투자, 장기 투자가 가능한 매우 효율적인 도구다.
‘TIGER 미국 S&P 500’처럼 널리 알려진 ETF부터 시작해서, 점점 다양한 테마형 ETF까지, 그 선택지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그 시작점에는 항상 이 구조가 있다. 주식을 묶고, 쪼개고, 다시 시장에 풀어내는 복잡하면서도 정교한 과정. ETF는 그 과정을 아주 간단하게 느끼게 해주는, 굉장히 똑똑한 금융상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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