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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트럼프가 불지핀 '밈 코인' 이란 무엇일까?

by skpygs 2025.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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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의 시대, 금융을 삼키다

"chill guy", “트랄랄레로 트랄랄라”, “퉁퉁퉁 사후르”, “봄바르디로 크로코딜로”. 의미를 묻는 사람도 없고, 정답도 없다. 인터넷에서는 그저 웃기면 되는 것들이 있다. 최근 유튜브 쇼츠나 틱톡을 타고 확산된 이 기묘한 소리와 이미지들은, 일종의 밈(meme)이다.

 

밈은 원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제시한 개념으로, 유전자가 생물학적 정보를 전달하듯 밈은 문화적 정보를 복제하고 전파하는 단위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훨씬 가볍고 빠르며, 집단적 놀이처럼 기능한다. 말장난 하나, 이미지 하나가 수만 번씩 패러디되고, 수억 명이 공유한다. 중요한 건 의미가 아니라 분위기이고, 콘텐츠가 아니라 리듬이다.

 

이러한 밈은 디지털 시대의 유행을 넘어, 이제는 금융과 정치의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다. 밈에서 파생된 암호화폐, 즉 밈 코인(meme coin)이 등장하고, 실제 돈이 움직이며, 심지어 전직 대통령이 그 코인을 중심으로 만찬을 연다. 밈은 농담으로 시작했지만, 결코 가볍게 끝나지 않는다.

 

밈 코인의 작동 원리

밈 코인은 기술보다 밈 자체가 핵심이다. 대부분 이더리움이나 솔라나 같은 기존 블록체인 위에서 토큰으로 발행되며, 발행자는 대량 발행과 극단적으로 낮은 단가를 설정한다. 사용자들은 수십만 개의 코인을 보유함으로써 ‘언젠가 큰돈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는다. 이후 SNS나 커뮤니티를 통해 밈 콘텐츠가 퍼지고, 바이럴 효과가 일어나면 가격이 급등한다. 기능보다는 ‘얼마나 많이 공유되느냐’, ‘얼마나 유쾌하냐’가 중요하다. 웃기고 유행하면 오른다. 그 자체로 가치가 아니라, 반응이 가치를 만든다.

 

밈 코인의 가격은 실적도 없고, 배당도 없으며, 내재가치도 없다. 대신 다섯 가지 요소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첫째, 커뮤니티 규모와 열기.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해당 코인에 열광하는가가 가격을 좌우한다. 둘째, 바이럴 콘텐츠. 유명인의 언급이나 짧은 영상 하나가 가격을 수직 상승시키기도 한다. 셋째, 초기 투자자의 매도 시점. 급등한 가격에 이익 실현이 몰리면 급락이 일어난다. 넷째, 상장 여부. 대형 거래소에 상장되면 오르고, 상장폐지 소문만 돌아도 떨어진다. 다섯째, 시장 전체의 분위기. 비트코인이 오르면 밈 코인도 오른다. 하지만 하락장에선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빠진다. 결국 밈 코인은 유행을 타는 자산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오르면 오르고, 흥미를 잃으면 급속히 무너진다.

대통령이 만든 코인, 보유자 초청 만찬

2025년 5월 22일, 워싱턴 D.C.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는 이례적인 행사가 열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최하는 이 만찬은, 그의 이름을 딴 암호화폐 ‘오피셜 트럼프(TRUMP)’ 코인을 많이 보유한 사람을 초청 대상으로 한다. 초청자는 상위 220명, 그중 상위 25명은 트럼프와의 비공개 리셉션과 백악관 투어까지 함께하게 된다.

이 발표 이후, TRUMP 코인은 단기간에 급등했다. 9달러대였던 코인은 하루 만에 14달러를 넘었고, 현재는 11달러 전후에서 거래 중이다. 이처럼 가격이 급등한 것은 단순히 시장의 기대 때문만은 아니다. 코인의 상당량이 트럼프와 연계된 기업에 의해 보유되고 있으며, 정치적 인물이 직접 그 보유자를 위한 독점 이벤트를 열었다는 사실 자체가 코인에 상징성과 힘을 실어준 셈이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정치적 논란을 낳고 있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대통령이 가상자산 보유자에게 국가 접근권을 제공하는 것은 공직자의 윤리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윤리조사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 사건은 밈 코인이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 정치적 기호로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솔라나란 무엇인가

이른바 ‘트럼프 효과’는 트럼프 코인에만 그치지 않았다. 같은 시기, 솔라나(Solana) 기반의 밈 코인들도 덩달아 상승세를 보였다. 봉크(Bonk), 파트코인(Fartcoin) 등은 가격이 급등하며 다시 주목을 받았다. 여기서 솔라나는 암호화폐 생태계 중 하나로,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이다. 이더리움처럼 탈중앙화된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있으며, 빠른 처리 속도와 낮은 수수료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특히 최근에는 밈 코인, NFT, 게임 토큰 등 다양한 자산의 기반 체인으로 선택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솔라나는 높은 확장성과 유동성 덕분에 밈 코인들이 실험적으로 등장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사용자가 직접 손쉽게 토큰을 발행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특정 커뮤니티나 온라인 유머를 기반으로 한 코인이 빠르게 만들어지고 퍼질 수 있다. 다만 이로 인해 부실한 프로젝트나 사기성 코인의 출현도 빈번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활하는 솔라나 밈 코인들

솔라나 생태계의 대표 밈 코인인 파트코인과 봉크는 트럼프 코인 열풍과 함께 가격이 급등했다. 파트코인은 올해에만 370% 넘게 상승했으며, 최근 한 달간만 해도 100%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봉크 역시 4월 중순부터 약 90% 상승했다가 일부 상승분을 반납했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한 가격 급등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밈 코인 거래 플랫폼인 엑시엄(Axiom)의 일일 거래대금은 1억 달러를 넘었고, 그 중 절반 이상이 솔라나 기반 코인이었다. 2024년 LIBRA 사기 사건 이후 주춤했던 솔라나 밈 생태계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거래의 활기는 신뢰를 보장하지 않는다. 최근까지도 펌프닷펀(Pump.fun) 플랫폼에서는 ‘스나이퍼 봇’을 이용한 자동 매집이 성행했으며, 지난 한 달간 이런 방식으로 발행된 밈 코인만 1만 5천 종에 달한다. 시스템은 열려 있지만, 신뢰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한국의 금융 규제, 밈 코인을 정조준하다

밈 코인의 변동성과 리스크는 비단 해외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금융위원회는 5월 1일, 가상자산 거래소의 책임성을 높이고 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거래지원 모범사례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밈 코인과 ‘상장빔’을 정조준한 규제다.

앞으로 국내 거래소는 밈 코인을 상장하려면 일정 수준의 커뮤니티 활동성과 누적 거래량을 입증해야 한다. 해외 적격 거래소에서 일정 기간 이상 거래된 이력이 있는 경우에도 상장이 가능하다. 거래소는 시가총액이 40억 원 미만이거나 하루 거래 회전율이 1% 미만인 이른바 ‘좀비 코인’을 정리해야 한다.

 

상장 후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 이른바 상장빔을 막기 위해서는 매매 개시 전 유통량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해야 하며, 거래 시작 후 일정 기간 동안 시장가 주문과 예약가 주문이 제한된다. 이는 투기성 거래를 줄이고 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비영리법인과 가상자산 거래소의 가상자산 매각 기준도 구체화되었다. 5년 이상 업력을 가진 외감법인만 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고, 거래소는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에 한해 일일 10% 이내에서 매각이 가능하다.

밈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

밈은 원래 의미가 없기 때문에 강력하다. 그것은 해석되지 않지만 공유되고, 설명되지 않지만 전염된다. 그러나 이제 그 밈이 자산이 되고, 투자가 되고, 정치의 수단이 되고 있다. 밈 코인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다. 그것은 디지털 세대의 언어이며, 온라인 커뮤니티의 열정이 응축된 결과다. 동시에, 그것은 투기와 사기의 위험, 정치적 상징의 과잉, 제도와 기술 사이의 충돌을 모두 품고 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밈 코인의 세계는 그렇게 농담과 진담, 자산과 유희가 모호하게 얽힌 공간이다. 웃고 넘기기엔, 이 농담은 이미 너무 비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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