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입시가 모두 끝이 났습니다. 학생들은 이제 저마다의 새학기를 다른 방법으로 맞이할 텐데요, 정시로 간 대학이 마음에 드는 대학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겁니다. 사실, 입결이라는 것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더 높다고 생각하는 대학의 경쟁률이 높아 보여서 포기했다가 알고 보니까 추합이 가능한 점수였다는 아쉬운 상황도 많이 발생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표에 나와 있는 대학들의 학과를 간 것만으로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올해 입시의 변수는 당연히 2000명 증원된 의과대학 정원과 신설된 자유전공계열이었는데, 이로 인해 메디컬이 아닌 일반 학과들의 입결이 서울대학교 제외 붕괴할 것이라는 예측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래서 각 대학의 입학처들이 이걸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일단 현재 나온 자료의 겉으로 나오는 숫자로 봐서는 성균관대 입학처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대응을 가장 잘한 것으로 보입니다. 상대적으로 고려대와 한양대는 입결에서 전년도에 비해 확실히 숫자로는 내려간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인문/상경계

자유전공의 약진, 다군 뻥튀기의 원리
자유전공의 약진이 돋보입니다. 고려대와 성균관대 모두 가장 높은 입결입니다. 특히 고려대는 다군에 학부대학을 배치하면서 입결이 상승한 효과도 있어 보입니다. 왜 다군에 학과를 배치하면 입결이 상승하느냐? 그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현재 정시 원서 접수는 가군, 나군, 다군에 원서를 한 장씩 넣는 체제입니다. 문제는 세 군에 대학과 학과가 고르게 분포해있지 않는다는 것이죠. 가군에 대학이 가장 많습니다.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가 가군에 주요 학과들을 운영합니다. 특히 연세대는 모든 과가 가군이죠. 즉, 연세대를 정시로 가고 싶으면 한 장의 카드밖에 없는 겁니다. 반면 나군에는 서울대, 서강대의 모든 학과가 있고 성균관대의 주요 학과인 소프트웨어, 전자전기공학부가 있습니다. 다군에는 학교가 중앙대를 제외하곤 거의 없다가 작년 성균관대, 올해 고려대가 학과를 신설했습니다.
바로 여기서 입결의 모순이 발생합니다. 만약 어떤 학생이 삼성전자 DX부문 계약학과인 성균관대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를 가고 싶다고 해 봅니다. 그런데 이 학과는 가군입니다. 그럼 연세대는 포기가 확정이고, 고려대도 절대다수의 학과를 포기해야 합니다. 즉, 사실상 연세대와 고려대를 포기하고 성균관대 계약학과를 선택하는 겁니다. 그런데 원서를 한 장만 쓸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나군과 다군도 써야 하는데... 성균관대 계약학과를 쓸 정도의 성적이면 나군의 왕인 서울대를 제외하고는 모든 학과의 점수가 사실상 남는 상황이 됩니다. 그래도 가군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나군과 다군 원서를 접수합니다.
그런데 만약 가군을 합격했다고 칩시다. 애초에 나군과 다군은 1지망이 아니었으니 포기하겠죠? 그런데 이때 나군과 다군에 접수한 정시 성적이 성균관대 계약학과를 쓸 아주 높은 성적이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나, 다군 학과에 일단 합격한 점수로는 높은 점수가 찍히겠죠. 하지만 등록하지 않았으니, '합격자 성적' 에 들어갑니다. 이런 식으로 '다군 뻥튀기' 가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나군과 다군에 학과를 배치하는 것이 숫자상으로는 점수가 높게 나오는 것처럼 보여도, 실질적으로 그렇게까지 높은 것인지는 의심을 좀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다군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성균관대같은 학교가 나오다 보면 점점 다군에도 학과가 늘어나서 결과적으로는 세 군이 균등해지는 시나리오가 나올수도 있으나 아직은 시기상조입니다.
자연계

최상위권이 몰려 있는 자연계는 의치한약수부터 시작합니다. 여긴 천상계니까 제가 논할 위치가 아닌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수험생으로서 메디컬에 진학한 모든 분들은 정말 대단한 분들입니다.

계약학과
아무튼, 계약학과부터 보겠습니다. 앞서 말했듯, 나군과 다군은 실질적인 백분위보다 점수가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가군에서는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가 수험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입니다. 그래서 사실상 서울대를 제외하고는 가군의 왕이 입시 최강 학과에 가깝습니다. 물론 입결이 인생의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지만요. 계약학과를 보면 서강대의 시스템반도체공학과(SK하이닉스)가 맨 위에 보입니다. 하지만 서강대는 나군에서만 선발합니다. 그 말은, 연세대나 고려대, 성균관대를 가군에 쓸 성적으로 나군도 지원할 수가 있다는 뜻이겠죠? 그래서 실질적으로 가군에서 제일 높은 학과를 보는 게 입결표상으로는 정확함에 가까운데(서울대는 계약학과가 없기 때문입니다)... 성균관대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가 있네요. 그리고 그 바로 아래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가 있습니다. 2024년 벌어진 HBM으로 촉발된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삼성 위기론이 대두되어 올해 입결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지만,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경기가 최악을 달리다 보니 취업 보장이라는 이점을 선호한 수험생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성균관대의 전략
올해 정시는 성균관대 입학처가 주인공일 정도로 여러 가지 시도를 많이 했습니다. 성균관대가 취한 전략은 올해 크게 세 가지입니다.
- 다군 학과 대거 신설 및 이동
- 과목별 반영비에 따른 원서 접수
- 다군 탐구 1과목 반영
1번, 2번은 그렇다고 칩시다. 그런데 3번은 정말 파격적이지 않을 수 없는데요. 사실 그 전까지는 탐구 1과목만 보는 대학이라고 하면 그렇게 좋은 취급을 못 받았습니다. 왜냐면 당연히 잘 본 1개 과목만을 반영하면 어쨌든 점수는 높게 잡힐 거니까요. 수험생 입장에서도 공부를 덜 해도 되니까, 대학 입장에서 입결을 올리기 위해 공부를 덜 한 학생을 뽑는다는 비판도 있었고요. 그런데 이번에 성균관대가 이런 전략으로 다군에 엄청난 원서를 몰리게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큰 수혜를 본 학과가 인문계의 글로벌경영학과, 자연계의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입니다. 신설학과인 양자정보공학과도 있습니다. 그래서 성균관대를 보면 다군만 엄청나게 올라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옳은 방법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개인적으로는 이런 방식으로 계속해서 시도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실질적으로 높은 입결이 아니더라도, 일단 숫자적으로 입결이 소위 말하는 'SKY' 와 비슷해지는, 또는 일부 넘어서는 지표들이 계속 나온다면 언젠간 대중적으로도 SKY 체제는 조금씩 균열이 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건 성균관대 재학생인 저의 희망사항일지도 모르겠지만, 정시 컨설팅으로 유명한 윤도영 강사 역시도 '노력은 성대가 제일 많이 한다' 고 인정한 바 있습니다.

출처: 성대 입학처
2번을 좀 살펴봅니다. 과목별 반영비를 다르게 한다는 말뜻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내가 만약 문과인데, 수학을 잘 보고 국어를 못 봤을 수도 있고, 이과인데 탐구를 못 보고 국어를 잘 봤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사연을 가진 수험생들에게 성균관대는 우리 학교로 오라고 손을 내민 것입니다. 유형 A B에 맞춰서 내 성적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실제로 이런 방법으로 올해 수혜를 본 학생들이 굉장히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을 해봅니다. 입결이란 무엇일까요? 입결이 높은 학과가 꼭 좋은 학과일까요? 입결이 높은 대학이 반드시 좋은 대학일까요? 오히려 세대가 젊어질수록 N수생이 늘어나고, 대학 간판을 높이기 위해 적성에 맞지 않는 계열과 학과를 선택합니다. 이 현상에서 가장 벗어나 있는 것이 메디컬입니다. 왜냐? 메디컬은 일단 들어가기만 해도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보장되니까요. 메디컬은 숭고한 직업입니다. 하지만 모든 학생이 메디컬에 몰리고, 뛰어난 머리를 가진 학생들이 오로지 메디컬에 가기 위해 재수, 3수, 4수를 하는 건 왠지 씁쓸합니다. 만약 제가 비슷한 상황이었어도 그런 선택을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말입니다. 제 주변에 물리학자가 되겠다던 친구는 서울대 약대에 진학했고, 수학이 제일 좋다면서 수학 교사를 꿈꾸던 친구는 메디컬을 가기 위해 수능을 또 보고 있습니다. 오로지 하나의 직업만이 경제적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나라가 과연 좋은 나라일까요? 튼튼한 나라일까요?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오늘은 2025학년도 입결을 분석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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